덕후개발자의 은신처
[2024년 4월 도쿄에서 나고야까지]기후현의 온천마을 게로에서(Day12) 본문
<브금 정보>
a hisa - Rainy Waltz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잠에서 깼다. 오늘의 일정은 오전을 다카야마에서 보내고 게로라는 곳으로 가서 료칸에 묵으면서 온천을 즐길 예정이다. 료칸에 빨리 도착한다고 체크인이 바로 되는게 아니므로 오전을 다카야마에서 느긋하게 보내기로했다. 다카야마에는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미야가와 아침시장이 열린다고해서 가보기로했다. 시장은 호텔에서 멀지않았다.
미야가와강을 건너니 미야가와 아침시장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곳이 입구인가보다. 강변을 따라 가게와 노점들이 서있었다. 시장이라고 말하기엔 규모가 매우 작았지만 아침부터 시장을 보러 나온 관광객들이 꽤 많았다. 천천히 둘러보면서 맛있어보이는게 있으면 사먹기로했다. 히다규 스시가 있어서 먹어봤다. 스시 2피스에 500엔정도였는데 비싼거같지만 소고기니깐 납득가능했다. 맛은 어제 먹었던 히다규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적당히 맛있었다. 스시보다 키오스크로 주문한게 더 기억에 남는 곳이다. 시장은 음식뿐만 아니라 소품, 채소, 과일, 특산물도 팔고 있었다. 시장을 한바퀴 둘러보며 유난히 줄이 긴 노점이 있었는데 커피를 파는 곳이었다. 이곳은 컵 모양의 쿠키에 커피를 담아주는데 에스프레소와 마끼아또를 팔았다. 특히 마끼아또는 커피에 귀여운 그림을 그려줘서 특히 인기가 많았다. 나도 인증샷(?) 욕심에 줄을 섰는데 직원분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원두가 거의 다 떨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인 사람 주문 먼저 받겠다고해서 냅다 손을 들었다. 이번 여행은 참 운이 좋다. 마끼아또를 주문했는데 700엔이었다. 이 녀석 스시보다 비싸구나. 그래도 귀여운 토끼가 그려진 커피를 흐뭇하게 쳐다보며 사진을 찍고 원샷하고 시장을 나섰다.
미야가와 아침시장은 아침에 다카야마에서 갈 곳이 없을때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적당히 돌아다니면서 간식사먹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너무 기대하지말고 오시길 ㅋㅋㅋ...정말 작은 규모의 시장이니깐 말이다.
시장을 나와 어디 볼만한 곳이 없나하고 구글지도를 뒤져봤는데 마침 신사가 하나 나왔다. '히에 신사'라는 곳이었는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서 나왔던 신사라고했다. 기차시간까지 아직 시간도 남아서 꽤 걸어야했지만 한번 가보기로했다. 20분정도 걸어서 신사의 입구가 나왔는데 신사로 올라가는 계단이 신비하게 느껴졌다. 단풍이 들때 보면 아주 이쁠것같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신사가 나온다. 장엄하던 입구에 비하면 신사자체는 크지않았다. 사람도 거의 없어서 조용히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내고왔다. 나처럼 시간적으로 여유가 되면 한번쯤은 방문해볼만하다.
다시 20분을 걸어 다카야마역으로 돌아왔다. 12시 45분에 오는 기차를 타고 갈 예정이다. 역사에서 마지막으로 다카야마의 모습을 보니 아쉬움이 들었다. 와보고싶었던 곳이라 하루 더 머무르면서 여유롭게 보고싶었는데...다음에 꼭 오자고 마음을 먹으며 기차에 올랐다.
게로로 갈 때는 특급 '히다'가 아닌 다카야마 본선을 탔다. 이전에 샀던 '기후 에리어 프리티켓'으로 이용가능하다. 다카야마 본선에는 기차칸에 나밖에 없을 정도로 아주 한적했다. 멍하니 창문 밖 풍경을 보며 게로에서의 료칸을 기대했다. 12시 45분에 출발하여 2시에 도착했다. 게로에 도착하니 이상하게 추웠다. 기후현이 높은 산지에 위치하고있어서 그런가보다. 게로역에서는 내일 나고야로 내려가는 특급 '히다'의 지정석을 예약했다. 이것도 역시 기후 에리어 프리티켓을 제시하면 역무원이 도와준다. 나의 모자란 일본어를 찰떡같이 알아듣고 예약을 도와준 친절한 역무원이 기억에 남는다.
게로는 일본의 3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다. 온천마을답게 료칸도 꽤 많은데 나는 이번에 '게로온센 보센칸'이라는 곳으로 예약했다. 왜냐고? 제일 저렴했으니깐...혼자 료칸을 이용하는 건 처음인데 뭔가 설렌다.
게로역을 나오면 바로 앞에 각 료칸들의 셔틀버스가 있다. 기사분들이 각 료칸의 이름을 외치며 손님들에게 안내해서 헷갈리지않았다. 버스를 타고 료칸으로 이동했다.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 직원분이 체크인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했다. 창문 밖을 보니 날씨가 흐렸는데 산 위로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적당히 싸늘해서 뭔가 온천하기 좋은 날씨다. 체크인 시간이 되니 직원분의 안내와 함께 객실키를 받았다. 내 사이즈의 유카타를 챙겨 방으로 올라갔다. 방은 혼자 쓰기엔 분이 넘칠정도로 넓었다. 오래되어 보이지만 그래도 깔끔한 컨디션이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운치있다. 일단 편의점에 가서 야식으로 먹을 간식들을 사왔다. 료칸 근처에 편의점이 없어서 조금 걸어야했는데 버스로 오느라 보지못했던 게로의 거리를 볼수있어서 좋았다. 관광객들이 많지않았지만 조용하고 평화로워보였다. 맨홀 뚜껑의 개구리가 귀엽다.
편의점을 갔다와서 유카타로 갈아입고 바로 온천으로 향했다. 지하 1층으로 가니 남탕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수건을 하나 챙기고 탕으로 들어갔다. 노천탕이었는데 탕 주위 나무들이 절묘하게 가려주었다. 오늘은 비도 오고 날씨가 싸늘했는데 온천에 들어오니 극락이었다. 내가 너무 뜨거운 물에는 오래 못있는데 이곳은 아주 적당한 온도라서 좋았다. 노천탕이 엄청 크진않지만 사람이 많이 없다. 그와중에 내가 목욕을 하고있을때는 거의 혼자였다. 물이 아주 좋았는데 실시간으로 맨들맨들해지는 피부를 느끼며 느긋하게 온천을 즐겼다.
목욕을 하고 방에서 잠깐 휴식을 했더니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6시에 석식 신청을 해놔서 식당으로 갔다. 혼자인 테이블은 나밖에 없어서 뭔가 부끄러웠다 ㅋㅋㅋ 가이세키 요리에 대해선 아는게 없었지만 맛은 괜찮았다. 평소에 먹는 일식보단 더 간이 덜하고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한 느낌이다. 이곳도 기후현이라 그런지 히다규 요리들이 있었다. 역시 소고기는 맛있다. 마무리 나온 디저트도 깔끔하게 먹었다. 30분만에 석식을 해치우고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돌아와서 휴대폰을 하면서 쉬었다. 창밖에는 시간마다 다리를 지나가는 기차가 보였다. 8시에는 개인탕을 신청해놔서 5분전에 수건을 챙겨서 로비로 내려갔다. 개인탕은 체크인할때 미리 신청했는데 히노끼탕과 돌로 만들어진 탕 두가지가 있고 45분간 이용가능하다. 금액은 아마 2200엔정도로 기억한다. 료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싶어서 개인탕도 신청했다. 로비에서 직원분과 함께 개인탕으로 갔다. 개인탕은 호텔밖에 따로 위치해있다. 직원분은 이용시간과 문잠그는 방법을 안내해주고 떠났다. 나는 히노끼탕을 신청했는데 아주 아늑해보였다. 편백나무 특유의 향이 좋았다.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갔는데 아까 이용했던 탕보다는 온도가 조금 뜨거웠다. 그래도 어느정도 몸을 담그고있으니 적응이 됐다. 창문을 열면 바깥 풍경도 보였다. 밤이라서 별거없지만 지금 이 순간은 특별해보인다. 45분 꽉 채워서 목욕을 즐기고 밖으로 나왔다.
개인탕키를 로비의 직원에게 반납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몸이 노곤노곤하다. 분명 저녁식사를 했는데 목욕을 하고오니 또 출출해졌다. 아까 편의점에서 사왔던 간식을 꺼냈다. 다시 보니깐 엄청 많이 샀지만 전부 다 먹었다. 너무 맛있는거아니냐고...이부자리는 석식을 먹고 돌아오니 펴져있었다. 간식을 다 먹고 자려고 불을 끄고 이불에 들어갔는데 이 넓은 방에 빛 하나없이 너무 적막해서 무서워졌다. 공포영화 '주온'이 계속 생각나서 사진처럼 불을 켜고 음악을 조용히 틀어놓고 잤다 ㅋㅋㅋ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 료칸을 이용해봤는데 너무 좋았다. 다른 손님들이 신기하게 봤지만 당당하게 이용했다. 이번에 묵은 숙소도 가성비가 너무 좋아서 아주 만족한다. 하루종일 온천에 몸을 담그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행복한 하루였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4월 도쿄에서 나고야까지]다시 나고야 그리고 여행의 끝(Day 13~14) (30) | 2024.12.19 |
---|---|
[2024년 4월 도쿄에서 나고야까지]아름다운 풍경의 시라카와고와 고즈넉한 다카야마(Day11) (1) | 2024.12.08 |
[2024년 4월 도쿄에서 나고야까지]슴슴하게 재밌는 나고야 둘러보기(Day10) (1) | 2024.12.06 |
[2024년 4월 도쿄에서 나고야까지]시즈오카에서 여유롭게 보낸 하루(Day9) (3) | 2024.11.11 |
[2024년 4월 도쿄에서 나고야까지]후지노미야에서 후지산 하루종일 보는 날(Day8) (2) | 2024.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