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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다카마쓰여행]예술의 섬, 나오시마 당일치기(Day 3~4)

DevBard's place 2025. 4. 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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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 정보>

게임 '테일즈위버' OST - 해변을 헤메는 소년

 

다카마쓰에는 북쪽으로는 섬들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에 나오시마란 섬이 있다. 나오시마는 과거에는 제련소가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예술의 섬이라고 불리는 곳이고 그 별명답게 유명한 예술가들의 미술관들이 있다. 필자가 현대미술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올수있을것같아서 오늘 당일치기로 방문하려고한다.

 

나오시마는 첫날에 방문한 다카마쓰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갈수있다. 첫 페리는 오전 8시 12분이라서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준비해서 항구로 갔다. 출근시간 전이라 그런지 거리는 조용하고 사람도 많지않았다.  항구에 도착해서 자판기를 이용해서 티켓을 사고 페리가 준비될때까지 기다렸다. 창밖을 보니 햇빛이 아주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오늘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시간이 되자 페리에 탑승했다. 이른 아침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탑승했다. 나오시마까지는 50분정도 걸린다고한다. 흔들거리는 배에서 창문 밖 바다를 멍하니 쳐다보니 나도 모르게 졸아버렸다. 잠에서 깨니 나오시마가 보였다. 저멀리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이 보였다. 이 빨간 호박과 노란 호박이 나오시마의 심볼이라고 할수있겠다. 페리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빨간 호박으로 사진을 찍으러 달려갔다. 난 멀리서 사진만 찍고 자리를 떴다.

 

나오시마는 크기가 크지않고 차들도 많이 다니지않아 자전거타기가 좋다고한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아다닐 생각으로 렌탈샵으로 갔다. 다행히 자전거가 남아있었다. 조금만 늦게 도착하면 자전거가 없을때도 있다고한다. 전기자전거를 받아서 출발 준비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더니 중심잡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몇번 연습하니 감을 찾았고 페달을 밝고 앞으로 나아갔다.

페달을 밝고 얼마지나지않아 눈앞에 기하학적인 조형물이 나타났다. '나오시마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의 조형물이었다. 조형물 내부로 들어갈수도 있었는데 내부에서 본 느낌이 더 좋았다.

나오시마 파빌리온

조용한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시원하게 지나가니 기분이 좋았다. 옆으로 보이는 풍경들도 너무 예뻐서 지나갈때마다 잠깐 멈춰서 사진을 찍을 정도였다. 중간에 해변을 만났는데 물이 정말 맑고 파도소리도 이뻤다. 미술관이 아니라 그냥 풍경만으로도 나오시마는 와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일단 첫번째로 갈 미술관은 '지중 미술관'이라는 곳이다.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작품들을 볼수있고 '모네'의 수련의 진품으로도 유명하다. 지중 미술관은 사전예약이 필요하다고해서 여행 전에 미리 예매를 해놨다. 

그런데 이 미술관으로 가는 길이...오른막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전기자전거의 힘을 빌려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허벅지도 아파오고 오르막길은 끝이 보이지않았다. 결국엔 중간에 잠시 내려서 쉬었다가 갔다 ㅋㅋㅋ 쉬다가 만난 독일인 부부와 인사를 나눴다. 나오시마에는 서양인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런 소도시의 섬까지 올 정도로 서양인들은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것같다.

지중미술관으로 가는 중

 

마침내 지중미술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자전거를 놓고 잠깐 숨을 돌렸다. 이 미술관에서 키우는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가 다가와 인사를 해줬다. 사람손을 많이 탔는지 마구 쓰다듬어줘도 얌전하게 있다. 귀여운 녀석...

안녕 애옹아

 

입장시간까지는 아직 남아서 예매소 안에서 잠깐 숨을 돌렸다. 땀을 어찌나 흘렸는지 머리가 띵했다. 급하게 포카리스웨트를 사서 수분을 보충했다. 

앉아있다보니 내가 입장할 시간이 다가왔다. 미술관 본관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 옆에 공원이 모네의 수련과 비슷하게 만들어져있다. 딱 보기만해도 '이건 모네다!'라고 느낄수있었다. 

 

직원에게 예약 QR코드를 보여주니 통과시켜줬다. 지중 미술관은 이름답게 지하에 있다. 굉장히 모던한 공간들이었는데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서도 안도 타다오의 의도를 엿볼수있었다. 안도 다다오는 빛을 굉장히 잘 이용하는데 확실히 지중미술관은 오늘같이 맑은 날씨에 와야 진짜 모습을 볼수있다고 생각된다. 미술관 내부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있지만 대부분 촬영이 불가하다. 매너를 지키며 조용히 관람을 하며 돌아다녔다. 특히 착시를 이용한 작품이 아주 인상깊었다. 그리고 모네의 수련도 작품 자체도 좋았지만 작품이 있는 장소 자체도 너무 이뻐서 그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못해서 뭐라도 먹고가기로했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에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며 바깥 풍경을 보니 잠깐이지만 힐링이었다. 미술관 안에 있어서 그런지 조금 비싸다 ㅋㅋㅋ...

 

미술관 밖으로 나가는 길도 멋있다. 정말 빛을 잘 활용해서 극적인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기념품으로 엽서를 몇개 샀다. 지중 미술관은 건축이나 미술을 잘 모르는 내게도 꽤 깊은 감동을 준 곳이다. 기대 이상으로 만족해서 또 방문해보고 싶다. 나오시마에 방문한다면 꼭 관람하길 추천한다.

 

다음으로 갈 곳은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이다. 나오시마는 베네세 그룹의 지원으로 지금같은 예술의 섬으로 변했다고한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으로 가는 길은 베네세 그룹 사유지라 자전거로 통행이 불가하다고해서 자전거는 지중미술관에 두고 걸어갔다. 날씨는 더웠지만 초록초록한 풍경과 새파란 하늘이 예뻐서 기분좋게 걸을수있었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으로 가던 중 이우환 미술관이 보였다. 어째서 한국인 예술가의 미술관이 이 나오시마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한국인을 만난 느낌이라 반가웠다. 미술관은 관람할 생각은 없었지만 외부에 전시되어있는 작품들도 충분히 압도적이어서 잠깐 들러서 사진을 찍었다. 특히 거대한 아치형의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뭔가 이우환의 작품들은 무심하게 툭툭 던져놓은 느낌에 여백의 미를 느낄수있었다.

이우환 갤러리에서

 

이우환 갤러리를 뒤로 하고 조금 더 걸었더니 '밸리 갤러리'라는 곳이 나왔다. 베넷세 그룹의 갤러리로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한 건물에 쿠사마 야요이의 설치미술이 있다. 입구에서 티켓을 샀는데 밸리 갤러리와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입장권이었다. 갤러리 내부로 들어서니 잔디와 연못에 수많은 미러볼이 있었다. 수많은 미러볼이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모습이 신비로웠다. 갤러니 내부에도 수많은 미러볼이 방안에 가득차있었다. 큰 규모의 갤러리는 아니지만 단순히 수많은 미러볼이 만들어내는 빛들이 깊은 인상을 심은 곳이다.

밸리 갤러리에서

 

갤러리에서 나와 다시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으로 걸었다. 오르막길의 끝에 다다르자 시원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마음까지 시원해주는 풍경이다. 언제 어디서든 사진스팟이 되든 나오시마다.

 

땡볕 아래에서 한참을 걷다보니 슬슬 지친다. 다행히도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이 보였다. 건물에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바람에 살것같았다. 의자에 앉아 쉬던 중 지중미술관에서 만난 아주머니 두 분을 다시 만나게되어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밸리 갤러리에서 구매한 티켓으로 입장했다. 이 건물 역시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해서 그만의 특징을 볼수있다.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인상깊은 작품들을 감상했다. 그 중 브루스 나우만의 미디어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작품뿐만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가진 분위기가 좋았다. 

베넷세 하우스 뮤지엄에서

 

뮤지엄을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는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다. 자전거를 타지못하니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 오늘 안에 섬을 한바퀴도는건 불가능해보였다. 그래서 일단 노란 호박까지 찍고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고 다시 분주히 걸었다. 걸어가면서 곳곳에 놓여있는 설치미술들과 바다를 보니 또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발걸음을 멈추게하는 것이 참 많군 ㅋㅋㅋ

 

한참을 걷다보니 저멀리 노란호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 걸어서 슬슬 다리에 한계가 오고있었는데 좀 더 힘이 났다. 노란호박에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많아졌다. . 역시 인기있는 조형물답다. 파란 하늘 아래 샛노란 호박이 잘 어울린다.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노란호박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여기까지 걸어온 보람을 위해 줄을 섰다. 내 뒤에 있던 일본인 커플들에게 부탁해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배경이 너무 이뻐서 대충 찍어도 결과물이 맘에 들었다. 이곳까지 온 보람이 있다.

 

더이상 노란호박 다음으로는 못 가겠다 ㅋㅋㅋ 발을 돌려서 왔던 길로 돌아갔다. 그래도 좋은 것들로 가득채워서 간다는 느낌에 기분좋게 주변을 구경하며 걸어갔다. 중간에 만난 고양이들이 팔자좋게 그늘에 누워서 자기몸을 핥고있는 모습이 귀엽기도하고 부럽기도했다.

 

다시 지중 미술관으로 돌아와 자전거에 올랐다. 올라올때는 힘들었지만 내려갈때는 페달을 밟을 필요도 없이 편하게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니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저멀리 빨간호박이 보이는 걸보니 항구에 가까워졌나보다. 

 

다카마쓰로 바로 돌아가기에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카페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싶었다. 구글맵을 켜서 카페를 검색했는데 오늘 휴무인 곳도 많고 테이크아웃전용인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거리를 빙빙 돌아다니며 간신히 오르막길 위에 있는 카페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가정집을 카페로 운영하는 느낌의 카페였다. 내가 땀을 워낙에 흘리고있으니깐 주인분이 가장 시원한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아이스커피와 크림 브륄레를 주문했다. 아주 이쁘게 장식된 크림 브륄레가 기억에 남는다. 체력이 떨어져서 워낙 힘들때 오아시스처럼 나타난 카페라서 참 고맙기도한 카페이다 ㅋㅋㅋ

 

카페에서 나와 항구로 걸었다. 해가 그래도 조금씩 기울고있지만 아직도 쨍쨍하게 빛나고있다. 항구에 도착해서 그늘에 앉아 잠시 멍을 때리며 페리를 기다렸다. 오늘 땀도 많이 흘리고 많이 걸어서인지 페리의 좌석에 앉자마자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다시 다카마쓰 항구에 도착하니 해가 거의 다 져가고있었다. 마침 저녁을 먹을 시간이라 아케이드쪽으로 걸어갔다. 오늘은 고생했으니 스시를 먹기로했다. 리뷰가 괜찮은 회전스시집이 있어서 들어갔다. 웨이팅이 있었지만 10분정도 기다려서 자리에 앉을수있었다. 이것저것 고르는걸 고민하기 싫어서 세트로 되어있는 메뉴를 주문했다. 스시네타가 아주 신선해서 맛있었다. 함께 나온 계란찜도 엄청 감칠맛이 나서 좋았다. 만족스런 저녁식사였다. 

 

호텔로 들어가기전에 뭔가 간식을 사서 들어가고싶었다. 주변에 유명한 교자집이 있어서 교자를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난 후 먹어서 조금 식었지만 그래도 육즙도 많고 기본기가 탄탄해서 맛있었던 교자였다.

 

교자까지 먹고나니 더이상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가야해서 아쉬운 마음에 최대한 뒹굴거리면서 시간을 죽이다가 잠에 들었다. 

 

오늘 갔다온 나오시마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맘에 들었다. 미술이나 예술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필자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 모든 피사체들이 아름다워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날씨가 정말 더웠지만 그만큼 이쁜 풍경을 만끽할수있어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다. 다카마쓰에 여행온다면 나오시마는 꼭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어제는 그렇게 맑았는데 오늘은 구름이 껴서 하늘이 흐릿하다. 오후 비행기라서 오전에 시간이 많았지만 어제 너무 무리한 나머지 최대한 체크아웃시간까지 침대에 누워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아점으로 첫날에 들렀던 우동집으로 가서 명란버터우동을 먹었다. 고소하고 짭짤해서 서로 어울리는 맛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전에 맘에 든 카페가 있어서 방문했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또 다른 카페를 찾기는 귀찮아서 그대로 버스정류장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조금만 기다렸더니 내 뒤로 엄청나게 줄이 생겼다. 심지어 공항버스가 도착했을때 자리가 꽉 차서 못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카마쓰는 공항으로 갈수있는 교통수단이 버스뿐이므로 귀국날에는 일찍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게 좋아보였다. 

공항버스를 타고 다카마쓰 공항에 도착했다. 3박4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이쁜 풍경을 꽉꽉 담아봐서 너무 만족스런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날씨가 더워서 조금 힘들었는데 다음엔 시원한 날씨에 방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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