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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마쓰야마여행]마쓰야마의 소박한 근교 당일치기(Day3~4) 본문
<브금 정보>
Sereno - 여름바람전선
3일차
오늘은 마쓰야마의 근교를 돌아다닐 생각이다. 마쓰야마 자체가 둘러볼 곳이 많지는않아서 2박3일이라면 모를까 그 이상의 일정은 근교를 한번 나가야 괜찮은 일정이 될것이다. 검색을 해보니 우치코 -> 오즈 -> 시모나다 루트로 가는게 베스트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돌아볼 생각으로 일단은 JR마쓰야마역으로 출발했다. 역에서 '우치코 이요오즈 산책 패스'를 구매했다. 이 패스는 JR마쓰야마역과 이요오즈역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를 하루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내가 가는 루트가 딱 패스에서 허용되는 범위라 딱이었다.
우치코역까지는 30분정도 걸렸다. 역에서 나오니 뜨거운 햇살과 맹렬한 매미소리가 나를 반겼다. 우치코는 엄청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나를 포함해서 우치코역에서 내린 이는 많이 있지않았다. 우치코에는 가볼만한 곳이 고쇼지라는 사찰과 가마하가 저택, 극장인 우치코자 정도가 있었다. 우선 가장 북쪽에 있는 고쇼지부터 보면서 역까지 다시 내려올 계획이었다.
우치코역에서 고쇼지까지는 2km가 안되는 거리지만 오르막길이 있어 택시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뜨거운 햇빛에 잠깐 고민했지만 나의 튼튼한 두 다리를 믿고 걷기로했다. 우치코는 에도시대부터 다이쇼시대에 걸쳐 목랍 생산으로 번영한 곳이라고 한다. 아직도 예전의 모습이 남아있는 거리가 있어 일본의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선정됐다고 한다.
고쇼지까지 가는 거리가 참 한적하고 평화로워서 좋았다. 가볍게 산책하며 길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천천히 걸었다.
마침내 고쇼지 입구가 보였다. 고쇼지에는 와불상이 있는데 시코쿠 안에서 가장 큰 크기라고 한다. 부처님의 인자한 미소가 보기좋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사찰은 유유자적 둘러보기 좋았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조금 지쳐서 그늘 아래에서 핸디선풍기로 땀을 식혔다. 큰 사찰이 아니라서 금방 둘러볼수있었다. 땀을 식히고 고쇼지를 나왔다. 고쇼지가 언덕에 있어서 아래로 보이는 우치코 마을이 평화로워보였다.
고쇼지에서 조금만 걸으면 가미하가 저택이 나온다. 이 저택은 목랍을 생산하던 '가미하가' 가문이 거주했던 곳이라고 한다. 저택에 들어가니 일본인 부부가 손님으로 와있어 저택의 직원분이 안내를 하려던 직전이었다. 일본어를 조금은 할줄알아 모든 것을 알아듣기는 힘들었는데 그래도 직원분이 쉬운 일본어로도 설명를 해주셔서 감사했다. 모든 것을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저택의 정돈된 내부와 정원은 융성했던 가문의 부를 알수있었다. 넓은 저택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저택을 나왔다.
우치코 보존거리를 쭈욱 걸어내려와 우치코자에 도착했다. 우치코자는 다이쇼시대인 1916년에 지어진 가부키 극장이다. 과거 노후화로 헐리게될 위기가 있었는데 주민들에 의해 복원되어 현재에도 극장의 역할로 사용되고 있다고한다. 이전에 들렀던 가미하가 저택과 우치코자는 공항에서 받은 쿠폰으로 무료로 입장가능했다. 극장에서는 직원분께서 직접 가이드를 해주셨는데 일본어와 영어 모두 안내해준다. 2층에도 좌석이 있으며 천장의 높은 자리에서는 쇼군이 관람했던 자리라고 했다. 지하에도 무대를 위한 시설이 설치되어있어 흥미로웠다. 가이드분의 쉽게 재밌는 설명에 별 기대하지않았던 우치코자가 만족도가 높았다.
우치코자까지 둘러보니 슬슬 점심이 먹고싶었다. 마침 근처에 타이메시(우미밥)를 하는 식당이 있어서 그리로 갔다. 아직 오픈을 하지않아 가게입구에서 기다렸다. 옆에서 함께 기다리고있던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와 이것저것 얘기해서 그런지 가게오픈까지 지루하지않았다. 드디어 가게에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이 식당은 덮밥스타일의 타이메시가 나왔다. 도미와 밥 위에 소스를 두르고 계란과 함께 비벼먹으니 풍미가 좋았다. 함께 나온 도미조림도 아주 간이 잘베여 맛있었다. 아까 함께 떠들던 아저씨와도 두런두런 얘기하며 즐겁게 식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아저씨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왔다. 다시 우치코역으로 돌아와 오즈로 가는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를 타고 이요오즈역에 내렸다. 오즈에는 가류산장과 오즈성이 가볼만하다. 역에서 가류산장까지는 거리가 꽤 멀어 이번에는 택시를 타고갔다. 택시기사님이 최근에 한국인관광객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기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가류산장은 메이지유신 이후 상인이 10년동안 지은 건물이다. 이 상인도 목랍으로 큰돈을 벌었다고한다. 입구에서 직원분이 내가 한국인인걸 알아보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줬다. 나도 인사를 하고 팜플렛을 하나 받았다. 산장 건물 자체는 크지않으나 정원과의 조화가 아름다웠다.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산장 주변을 초록색 풍경이 가득 감싸 운치가 있었다. 통풍이 잘 되는 다다미방에서 경치를 바라보며 잠깐 쉬어갔다.
산장을 나와 오즈성쪽으로 걸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아 조용한 거리를 지나 오즈성에 도착했다. 오즈성은 일본의 100대명성으로도 꼽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근과 콘크리트 대신 목재로 성채를 재건한 몇 안되는 성이라고 한다. 오즈성은 그리 크지않아 금방 볼수있다. 천수각에서 바라보는 오즈는 조용한 시골의 모습이었다. 너무 더운 날씨에 지쳐 한동안 오즈성 바깥 벤치에서 쉬었다.
오즈성을 나와 다시 역으로 걸었다. 멀리 보이는 오즈성이 멋있엇다. 이요오즈역 관광안내소에서 잠깐 더위를 피하던 중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온 '소타'의 의자모습 모형이 있었다. 오즈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나왔던 도시이기도해서 거리 이곳저곳 이 모형이 있다.
이제 마지막 코스인 시모나다역으로 이동할 차례다. 이런 소도시는 기차가 많이 없어 꽤 기다려서 기차를 탈수있었다. 시모나다역은 정말 작은 역인데 석양이 이쁘기로 유명한 장소다. 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뭔가 공연을 하고있었는데 느낌을 보아하니 이 지역의 전국노래자랑 느낌이었다. 원래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느낌있게 지는 태양을 바라보려고했는데 틀린 모양이다 ㅋㅋㅋ시모나다역에 오기전까지는 흐린 날씨여서 사실 별 기대를 하지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구름이 조금 개어져갔다. 해가 기울수록 하늘과 바다의 색깔은 계속 변했는데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나 말고도 많은 이가 그랬다. 파스텔같은 하늘이 여운을 남기는 풍경이었다.
해가 다 질때까지 하늘을 바라보고 다시 마쓰야마로 돌아오니 8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더운 날씨에 지쳐 후딱 호텔로 돌아와 뻗었다.
4일차
오늘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그래도 오후 2시반 비행기라 여유로웠다. 창문바깥으로 일요일의 한가로운 마쓰야마의 모습을 보며 조식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카운터에 맡기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 오카이도 아케이드거리에 있는 고메다 커피에 들렀다.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호텔에서 짐을 찾고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어제는 흐려서 석양을 못볼까봐 걱정했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참 쨍쨍했다. 항상 귀국하는 날은 아쉽다.
본인은 일본에 자주 여행하지만 이런 소도시에 혼자 오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너무 좋은 경험을 해서 만족한다. 복잡하고 모든 것이 과포화되어있는 서울에 있다가 이런 소도시에서의 여유로운 풍경은 힐링되게 한다. 한동안은 이런 소도시여행을 자주하게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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